원작 『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에서 해저기지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탈출정을 제시하고 있다. 작 중 탈출정에 대한 서지혁의 설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해저 3 km에서 마시는 공기와 지상에서 마시는 공기의 압축률이 다르다. 해수면으로 올라간 탈출정들 가까이에 선박 같은 게 있다면 살 가능성이 있다. 해저에선 숨 쉬는 게 2분이지만 해수면에서는 2시간이다.” 탈출정 내부는 탑승자가 일자로 서 있어야하고, 성인 두 명이 들어가면 옴짝달싹 못 할 정도로 밀착되어 숨도 제대로 쉬지 못 할 크기이다. 탈출정 속에서 호흡을 하기 위해 개량된 연녹색의 Perfluorodecalin이 채워진다. 용액은 탑승자가 많이 마시지 못하게 하기 위해 짠맛을 첨가했다고 한다. 박무현의 서술에 따르면 바닷물이 더 달콤할 것 같은 짠맛이라고 한다. 원작을 읽다보면 이러한 궁금증이 생긴다. ‘해저기지와 탈출정 내부는 해저 –3000 m의 외부 환경과 분리된 닫힌계인데 어째서 서지혁의 설명에서는 공기 압축률 이야기가 나온 걸까?’,‘만일 공기 압축률 이야기가 잘못된 사실이라면 실제로 탈출정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얼마일까?’‘짠맛은 어떻게 내는거지? 소금을 넣었나?’지금부터 이와 관련하여 나의 의견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탈출정과 탈출정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자. 공기 압축률은 외부 압력에 의해 부피가 얼마나 압축되는지를 나타내는 정도다. 해저기지 내부는 생명유지장치에 의해 일정 온도로 유지되며 기압 또한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기압에 대한 정확한 수치가 서술되어있지는 않지만, 해수면과 동일하게 1 atm(기압 단위)로 유지된다고 하자. 이때, 탈출정에서 또한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서 기압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한다. 탈출정에서 사람이 머무는 내부 선실 기압 또한 1 atm으로 유지된다고 할 때, 공기에 가해지는 압력이 해수면에서와 변함이 없기에 공기 압축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외부(해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닫힌계인 탈출정 안에서 숨 쉴 수 있는 시간과 해수면에서 숨 쉴 수 있는 시간은 동일하다. 탈출정에서의 생존 시간을 계산해보기 전에 Perfluorodecalin에 새로 산소를 공급해주는 장비가 없다고 가정한다. Perfluorodecalin의 부피를 계산하기 위해 탈출정 내부 부피부터 계산해보자. 박무현의 서술에 따라 임의로 탈출정 내부를 설정하였다. 가로 0.6 m, 세로 8.0 m, 높이 2.3 m. 탈출정 내부 부피
은 가로, 세로, 높이를 곱하여 구할 수 있다.
Perfluorodecalin이 채워질 수 있는 부피는
에서 탑승자의 부피를 빼야한다. 인체의 평균 밀도는 물의 밀도와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은 물보다 약간 무겁고, 성인 여성은 물보다 약간 가볍다고 알려져있다. 이 글에서는 간단한 추정을 위해 인체 밀도가 25°C에서의 물의 밀도와 같다고 가정을 한 후 계산을 한다. 성인 1인의 평균 질량을 70 kg으로 가정하면
이다. 채워질 수 있는 Perfluorodecalin의 부피는 탈출정 내부 부피에서 삶의 부피를 빼서 계산할 수 있다.
부피를 L로 변환하면
1034 L라는 것을 알 수 있다. Perfluorodecalin은 높은 산소 용해도를 가지고 있는데 공기 중 산소 농도와 유사한 21%의 산소를 녹일 수 있으며, 순수한 산소 환경에서는 45% 이상을 녹일 수 있다. 이 액체로 폐를 채우면 폐포 내에서 일반 공기와 마찬가지로 액체에 녹아있는 산소는 혈액으로 가고, 이산화탄소는 액체로 배출되는 기체교환작용이 일어나 액체 호흡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산소 중독을 피하고 안전한 호흡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Perfluorodecalin에 녹아있는 산소의 분압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해야한다. 해수면의 공기 분압은 0.21 atm이고 안전한 상한선은 일반적으로 0.5 atm이다. 여기서 공기 중 산소 분압과 동일한 농도로 Perfluorodecalin에 포화되어있다고 가정한다. 이때 산소 용해도는
이다. 용해된 산소의 양을 계산해보자.
이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산소량을 전체의 50%라고 한다면 가용산소량은 48.86 L이다. 사람이 휴식 중 호흡을 할 때 한 번에 들이마시고 내뱉는 공기의 양은 약 0.5 L이다. 이때 들어마실 때, 산소의 농도는 약 21%이고 내뱉는 공기의 산소 농도는 약 16%이다. 순 산소 소비량은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의 일반적인 분당 호흡수는 12~20회이다. 분당 15회를 호흡한다고 할 때, 산소는 1분당 0.375 L를 소비하게 된다. 가용산소량을 성인 1인의 산소 소비율로 나누면 호흡 시간을 구할 수 있다.
130.3분, 2시간 10분 정도 호흡할 수 있다. 탑승자의 신체 부피가 크거나 산소 소비율이 크다면 호흡 시간은 줄어들 것이며, 전체 산소량이 아닌 가용산소량을 이용하여 계산하였기에 2시간 10분보다 더 오랜 시간 호흡이 가능할 수 있다.
짠맛을 어떻게 내는가 생각해보면 가장 쉽게 떠오르는 방법은 소금이다. 바닷물의 평균 염도는 약 35 psu(바닷물 1 kg에 약 35 g의 소금기가 녹아있음. 3.5%)이다. 바닷물이 달다고 느껴질 정도로 짠맛을 내기 위해서는 35 psu보다 더 높은 염도를 만들어주어야한다. Perfluorodecalin에 소금을 넣어 짜게 만들면 액체 호흡을 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액체 호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하는 액체의 삼투압을 인체의 체액의 삼투압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삼투압은 반투과성 막을 경계로 용매가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압력이다. 소금을 넣어 염도를 높이면 액체의 삼투압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러한 액체가 폐에 들어가면 폐포 세포 내의 수분이 삼투현상에 의해 폐포 밖의 액체로 급격히 빠져나온다. 이로 인해 폐포가 수축하고 심각한 탈수 및 손상을 입어 호흡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액체 호흡용 Perfluorodecalin 기반 용액은 인체 체액과 동일한 약 0.9%의 전해질 농도를 가지도록 정밀하게 제조된다. 이로 인해 짠맛이 날 수 있지만, 소설에서 서술한대로‘바닷물이 달콤하게 느껴질 정도의 짠맛’은 낼 수 없다. 이 농도보다 전해질을 더 추가하면 폐포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액체 자체의 염도를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Perfluorodecalin 속에서 짠맛을 만들기위한 방법을 생각해보자. 감칠맛, 산미 성분을 이용하여 착각을 유도하거나 염화칼륨과 같은 소금 대체재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노캡슐, 에멀전 기술을 이용하여 소금을 직접 혀에서만 방출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들을 이용함으로써 사용되는 물질들이 Perfluorodecalin과 상호 작용하여 산소 전달성이 변화하여 액체 호흡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바닷물이 달게 느껴질 정도로 인체에 무해하면서 짜게 만들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관련 자료를 모두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기술로 재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