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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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연구는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에 나타난 기후 및 환경 관련 서술을 분석하여 작품에서 전제하는 기후 환경을 조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전자책 단행본 1권부터 17권을 대상으로 기후와 관련된 환경사를 추출하고, RCP 및 SSP 기후변화 시나리오 연구 결과와 대조하였다. 분석 결과, 작품에는 멸치와 같은 생물종의 멸종 위기와 서식지 변화, 해양생물 개체수의 급격한 감소, 전지구적 해수면 상승과 빙하 소멸, 극한기후의 확장 등 기후 재난의 요소가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서술은 RCP8.5 또는 SSP5-8.5 시나리오와 일부 대응하거나, 그보다 심각한 기후 변화 양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작품은 기후 정책이 실패한 세계관을 형상화하며, 나아가 ‘선의의 순환’이라는 목적의식은 기후재난이 특히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미치는 불평등한 영향을 환기시킴으로써 윤리적 성찰의 장을 마련한다. |
1. 서론
기후시스템이 복합적인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며 온실가스 증가 등의 요인에 대해 시간차를 두고 연쇄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는 예측 불가성이 높은 난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¹⁾
이에 본 연구는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에 기술된 환경사를 분석하여 작중 배경인 2070년대의 기후 환경을 재구성함으로써 작품의 이해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전자책 단행본 1권부터 16권과 외전이 수록된 17권 중 날씨 및 기후와 이를 유추할 수 있는 환경사가 언급된 내용을 살펴보았다. 이어 국내 RCP 기후변화 시나리오²⁾ 및 SSP 기후변화 시나리오³⁾ 연구와의 대조를 통해 작품에서 전제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경향성을 확인하였다.
2. 기후 관련 서술의 특징
작중 서술된 순서에 따라 오전 7시 2분을 기준으로 구분하여⁴⁾ 기후 관련 서술의 빈도를 살펴보면 외전을 제외하고 1부에서 6부까지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와 기후재난의 빈도 및 강도 변화, 특정 종 혹은 분류의 멸종 여부 또는 서식지 변화와 같은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서술 및 해양오염과 수질오염 등 환경오염에 대한 서술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와 생물종에 대한 서술이 각각 12회, 11회로 기후 관련 서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서술에서 기후변화의 양상은 정성적으로 제시되며, 수치화한 서술은 9회에 불과하나 정량적으로 해석 가능한 경우가 추가적으로 3회 확인되었다. 또한 전지구적 경향성에 대한 서술이 12회, 특정 지역에 해당하는 서술이 18회이고 특히 한반도 및 한국 인근해를 포함하는 한국으로 유추되는 경우가 8회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정량적인 고찰이 가능하며 국내 기후변화 연구에서의 주안점과 연관성이 높은 서술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3. 기후 관련 서술과 기후변화 시나리오 연구의 비교
3.1 생태계에 대한 서술
작품에서 생태 서술은 특정 종 또는 서식지 및 계통에 따른 분류의 멸종 여부와 더불어 어류자원의 감소, 특정 종의 서식지 변화에 대한 서술로 구성되어 있다. 언급된 생물종은 멸치, 상어, 키위, 붉은 늑대, 바키타 돌고래, 낙타, 바다뱀이며 그 외 한국의 해양생물이나 어류자원 등 주로 해양생물에 치우쳐 있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종은 현재 대한해협의 주요 상업어종 중 하나인 멸치이다.
이제는 해양생물의 거의 대부분이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었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면, 이제 멸치도 해양 보호 생물이기 때문에 잡을 수도, 가공할 수도, 유통할 수도, 보관할 수도 없다.⁵⁾
표층 수온이 주요 어종의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⁶⁾, 멸치의 생산량 및 어획량이 해표면 부근의 수온변화와 강한 상관관계를 갖는다⁷‧⁸‧⁹⁾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¹⁰⁾ 한국 연근해의 표층 수온은 RCP4.5 시나리오에서 2050년경 1.6℃, 2100년경 2.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¹¹⁾ 이 경우 남해안 멸치 어획량 및 총 수확량 모두 2020년 기준 12만 5천톤 수준과 큰 차이 없이 등락을 반복한다.¹²‧¹³⁾ 반면 RCP8.5 시나리오에서는 표층 수온이 2050년경 2.0℃, 2100년경 4.0℃ 상승하여, 각각 2050년 이후로 월 평균 10,000톤 이하, 2100년에는 2,000톤 이하 수준 또는 2050년 10만톤, 2100년 3만 1천톤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보호대상해양생물의 지정 기준¹⁴⁾을 고려하였을 때, 기후변화로 인해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10년 간 개체군의 크기가 최소 30% 이상의 급격한 감소세를 보여야 한다. 따라서 작품 상의 기후 환경은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적극적으로 실행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는 RCP8.5 시나리오가 실현된 미래에 근접하다고 볼 수 있다.
3.2 기후에 대한 직접적 서술
작품 속 기후에 대한 직접적 서술은 전지구적 기후 요소와 특정 지역의 날씨의 변화로 나눌 수 있다. 전지구적 기후 요소로는 주로 빙하의 소멸과 침수를 비롯해 해수면 상승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지역적 요소는 특히 한반도로 유추되는 지역의 계절 변화와 극한기온에 대한 서술을 통해 나타난다.
3.2.1 전지구적 기후 요소에 대한 서술
해수면 상승은 1권부터 16권까지 반복적으로 기술되나 지명 등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서술은 2회, 정량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경우는 1회에 불과하다.
이미 북극의 빙하는 거의 다 녹았다.¹⁵⁾
실제 전망에서 북극 해빙은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현재 대비 19~76% 감소하며, 특히 여름철에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21세기 중반 이후 거의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¹⁶⁾
다만 작품의 계절적 배경이 5월로 북극해빙이 사라지는 여름철(7-11월)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평서적인 문장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 또한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도 2070년까지 해빙 면적의 약 70%가 잔존하다가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품이 반영하는 기후 환경은 증가된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는 SSP5-8.5 시나리오에서 가정하는 조건과 비견되거나 또는 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3.2.2 특정 지역의 계절 주기 변화에 대한 서술
옛날에는 한국도 뚜렷하게 사계절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그냥 두 계절만 남은 거나 마찬가지다. -중략-
“한국도 함경도나 양강도 쪽에만 눈이 오지 여름이 거의 7개월입니다. 뉴질랜드도 기후변화 때문에 그런가요?”¹⁷⁾
기상청에서는 여름일수를 일최고기온이 25℃ 이상인 날의 연중 일수로 정의하고 있다. 2024년의 여름일수는 총 134일이며 여름일은 6월 23일부터 9월 20일까지 90일 간 연속되어 나타난다.¹⁸⁾
이에 여름을 여름일이 연속되어 나타나는 최장기간으로 정의하고, 계절 변화에 따른 기온 증감의 양상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여 온난일¹⁹⁾과 온난일 전후로 나누었다. 온난일 발생빈도 전망²⁰⁾을 토대로 여름의 길이를 계산하면 SSP3-7.0 시나리오에서 21세기 중반기의 여름은 139.9일, 21세기 후반기의 여름은 178.5일이며 SSP5-8.5 시나리오에서는 각 142.4일, 194.9일까지 길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즉, SSP5-8.5 시나리오의 21세기 후반에 이르러야 여름이 6개월 이상으로 장기화된다고 볼 수 있다.
표 1. 21세기 고온(온난일) 발생빈도 전망
이러한 분석을 종합하면 작품 중 기후 환경은 SSP5-8.5 시나리오를 반영하거나 보다 가혹한 기후 조건에 기반한다고 유추할 수 있다.
3.2.3. 특정 지역의 극한기온에 대한 서술
기온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언급은 1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구의 온도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하여 -40도에서 +45도의 온도 차를 제 손으로 만들어놓고는 그걸 견디지 못해서 이제는 바다로 숨어들려고 하다니.²¹⁾
전지구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의 동아시아 기후변화 특성을 참고하면 가장 심각한 기후 변화가 진행되는 SSP5-8.5 시나리오에서도 미래 중반기 일 최고기온의 연 최대값이 40℃를 초과하지 않으며 미래 후반기에도 45℃를 초과하지 않는다.²²⁾
표 2. 극한기온 값의 변화(℃).
단, 이러한 수치는 지역 간 온도차가 반영되지 않은 전국 평균기온을 기준으로 산출되었으므로 지역에 따른 편차가 존재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에서 묘사된 2070년대의 기후 환경은 SSP5-8.5 시나리오와 유사하거나 그보다 심화된 기후 악화를 상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결론
본 연구는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에 나타난 기후 및 환경 관련 서술을 수집하고 이를 RCP 및 SSP 기후변화 시나리오의 분석 연구와 대조함으로써 작품이 전제하는 기후환경의 특성을 규명하고자 했다.
작품에서는 멸치, 상어 등 구체적인 생물종의 멸종 위기와 서식지 변화, 해양오염 및 수질오염, 계절 구조의 붕괴와 북극 해빙 소멸 및 해수면 상승과 같은 기후환경의 변화를 일관되게 언급하며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실제 기후 시나리오 연구에서 고배출 경로로 분류되는 RCP8.5 및 SSP5-8.5 시나리오와 밀접하게 대응하거나 그보다 심각한 양상을 가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는 심각한 기후변화와 기후재난이 닥친 세계관을 그리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환경적 변화의 묘사를 넘어 사실상 기후 정책이 실패한 세계관을 형상화하고 있다.
기후재난은 특히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삶을 급격히 파괴하고 동시에 그 규모를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으므로²³⁾, 이러한 세계관 설정은 ‘선의의 순환’이라는 작품의 목적의식을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나아가 본 연구의 분석은 작품이 보여주는 기후 환경 인식을 이해하는 데 기초적 성격을 가지며, 향후 연구에서는 작품 내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의 연관성을 재조명하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동체적 책임의식과 연대의식의 차원으로 논의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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